어느새 나도 이제 빼도박도 못할 30대 중반이 되었고, 건강을 걱정하고 신경쓸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씁쓸하던 찰나.. 일을 쉬고 있을 때 꼭 내시경을 한 번 받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예약한 위, 대장내시경! 이왕 수면마취하는 것 한 번에 처치하자 싶어서 두 개를 한 번에 예약했다.
내가 예약한 병원 <수원 본 내과> 위대장 내시경을 어디서 할지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내가 이 병원을 고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깨끗해 보이는 병원 : 사진으로 보니 깨끗해보이고 호감(?)이 들었음ㅋ(겁나 주관적)
-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병원 : 수면 마취하면 운전해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 위대장내시경 검사 후기가 있고 후기 나쁘지 않은 병원 : 내돈내산 블로그 후기가 몇 개 있었고 나쁘지 않았다.
- 친절한 병원 :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분들이 친절하다는 후기가 보임.
- 의사선생님의 경력 : 나름 출신 학교와 경력이 믿음직스러웠다.
진료를 받고 위대장내시경 일정을 잡은 후 대장정결제인 <피코솔루션>을 받아왔다. 검사 3일 전부터 음식을 조심해야한다고 했고, 피코솔루션을 다 복용하고나서 마지막 변을 사진을 찍어오라는 간호사분.. 조큼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지.(추후 더 부끄러운 것도 하게되는데.. 밑에 후기에서 설명하겠음.)
받아 온 피코솔루션 안내서에는 3일전부터 식사할 때 참고할 점, 약 복용법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1. 나의 대장내시경 3일간의 식단기록
1) 검사 3일 전 : 초밥, 커피, 매그놀리아 바나나 바닐라 푸딩, 크림 파스타
3일전 대장내시경 식단의 시작은 초밥. 아점으로 먼저 초밥을 달렸다. 흰 밥과 생선은 2일 전에도 먹어도 되는 음식이니까 초밥은 당연 되겠지 하는 마음에 신나게 먹으러 감.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와 매그놀리아 푸딩을 먹음. 혹시 푸딩에 견과류 들어가는지 여쭤보니 안들어간다고 해서 신나게 먹음. 커피도 금지 음식에 없으니.. 액체니까 괜찮겠지 하며 신나게 마심! 그리고 저녁엔 집에서 베이컨 크림파스타를 해먹음. 햄은 2일 전에도 된다고 했으니 베이컨도 되겠지? 하며.. 신나게 만들어 먹음. 3일 전은 그냥 일반식을 먹은 하루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지냈다.
2) 검사 2일 전 : 연두부, 간장계란밥(흰밥) 카스테라 흰밥 두부 스팸
2일 전 대장내시경 식단은 이제 제약이 많이 들어간다. 난 성공적인 대장 내시경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식단을 지켜서 아점은 연두부와 흰밥으로 한 간장계란밥. 그리고 후식으로 카스테라^^. 그리고 저녁엔 흰밥과 후라이팬에 구운 두부와 스팸을 먹었다. 그리고 옆에서 남편이 먹는 튀김우동 국물 건더기 없이 몇 숟가락... 홀짝홀짝 마셨다.
3) 검사 1일 전 : 카스테라와 물, 흰 죽과 간장
3일 전 대장내시경 식단도 나는 할만 했다. 워낙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지 아침에 카스테라와 물만 먹었는데. 음~ 카스테라 맛있네 하면서 먹음. 그리고 점심엔 밥솥에 남아있는 흰 밥으로 흰죽을 만들어 먹었다.
흰 밥으로 흰 죽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 냄비를 충분히 가열해주고, 참기름을 두른다. 그리고 흰 밥을 넣어 볶아준다. 밥알이 좀 고슬고슬해지는 느낌이 들면 물을 충분히 부어 저어가며 졸여준다. 끝! 농도는 자기 취향에 맞게 물을 조절하면 된다. 간장은 그냥 진간장은 뭔가 짜기만 한 것같아서 올리고당을 간장에 살짝 녹여서 단짠한 간장을 만들어 부어 먹었다.
2. 피코솔루션 장 정결제 맛과 복용 후기
피코 솔루션은 총 세 개의 통을 마시면되고, 한 병당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두 병은 모비락스라는 가루약을 타서 섞어 먹는데 그냥 통에 가루약을 넣고 뚜껑 다시 닫고 섞어주면 돼서 간편했다. 가장 중요한 맛! 어떤 사람들은 대장내시경 약을 먹고 너무 역해서 토까지 한다고하던데.. 피코솔루션의 맛은 먹을만 했다. 살짝 오렌지향의 상큼한 맛이 나고, 아주아주 잔잔한 탄산이 들어간 느낌이랄까? 그래서 양이 얼마 되지도 않고, 맛도 먹을만 해서 피코솔루션을 먹는 것 자체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피코솔루션 한 통씩 먹고 나서 물을 천천히 1L이상 먹으라고 하는데.. 첫 번째 병을 먹고나서는 물이 너무 질릴까봐 포카리스웨트 1L를 먹었는데, 나는 포카리 1L 먹는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병부터는 물로 바꿨다. 평소에 일 하면서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물을 먹는게 미친듯이 힘들진 않았다. 그래도.. 총 3L를 마시는 행위는 좋은 느낌은 안든다.
첫 번째 병을 마셨을 때에는 별로 반응이 오는 것 같지 않다가 두 번째 병을 마실 즈음 신호가 왔고, 그 때부터 한 병당 2~3번 화장실을 갔던 것 같다. 생각보다 자주 안가네? 싶었고, 집에서 마지막 변을 봤을 땐.. 사진과 다른 마지막똥인데 괜찮나...?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자주 안간다고 느꼈던 것이 문제였을까? 다음 날 병원가서 준비과정에 돌아버리겠는 상황이 벌어졌다.
3. 위대장내시경 후기
1) 준비 과정
집에서 본 변이 마지막 변이 아니었고, 신호가 또 와서 병원에서 변을 봤다. 병원에서 본 변은 간호사님이 친절하게(?) 직접 확인해주신다.. 수치심 오짐..ㅠㅋㅋㅋㅋ 근데 아직도 건더기(웩)가 나오는 것이다. 간호사님이 "이건 안된다. 약 더 드셔야겠다."라고 해서.. 약 한 병 더 먹고 물 1L 또 마심. 그리고 가만히 있지 말고 걸어다녀야 신호가 온다고 계속 걸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병원의 그 짧고 좁은 복도를 미친개마냥 왔다갔다 했다. 그렇게 몇 번의 변을 봤는데도 계속 통과되지 못했고, 약을 한 병 더 먹었다.^^ 물은 반컵만 마셨고, 또 몇 번 변을 보고 겨우 통과됨.. 근데 조금 어쩔 수 없이 통과시켜준 느낌..? 추후 의사선생님과 내 대장 사진을 보면서 이 느낌은 틀린 느낌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저 더 싸볼게요(?) 할 수 없었던 것은.. 나의 밑이.. 진짜 다 까진 느낌이었기 때문..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간호사님: 혹시 약 먹고 집에서 가만히 앉아계셨어요?
나: 네 맞아요.. 가만히 앉아서 물만 열심히 마셨어요..
간호사님: 아이고.. 많이 걸으셔야돼요.... 그래야 장이 운동하면서 변이 많이 나와요...
나: 아 그렇군요.. 네 ㅠㅠ............
겨우 통과받아서 왼팔에 주삿바늘 꼽고, 내시경실 들어가서 드러누움.. 간호사 분들이 친절하게 준비해주셨고.. 잠 오면 자라는 말과 함께 기억이 사라졌다.
2) 검사 받고 나서
진짜 기억이 전혀 없고 다 끝났고, 일어나라는 말에 번쩍 눈 뜨고 일어남. 간호사분들이 고생하셨다고, 잘 받으셨다고 하면서 회복실로 부축해서 옮겨주셨다. 그 와중에 나는 간호사분께 "저 헛소리 안했나요?"라고 물어보고, 간호사분이 안했다고 잘 받으셨다고 해주심. 헛소리 안했냐고 묻는게 헛소리였던 것을..
회복실에 누워있는데 정말 비몽사몽한 느낌이더라. 그리고 몇 분 뒤에야 내 한쪽 렌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렌즈는 어디로 간 것일까.. 눈 뒤로 넘어간건 아니겠지 하며 눈꺼풀을 뒤집고 난리쳤지만 나오지 않았다. 눈을 비비거나 깜빡이면서 떨어졌나보다. 정말 다사다난 위대장내시경이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결과를 듣는데, 내가 수면마취가 잘 안드는 성향인 것 같다며 위내시경 받을 때 계속 소리 지르셨다고 말씀하셨다. 나 도랏? 진짜 기억 안남.. 내가 말로만 듣던 수면마취가 잘 안드는 사람이라니. 그래서 목구멍이 아팠는데, 내가 계속 움직이고 소리질러서 위내시경할 때 애를 많이 먹으신 것 같았다. 다음에 수면 위대장내시경 할 일이 생기면.. 이 부분을 꼭 말하고 상담을 받아봐야할 것 같다.
결과는 위염, 역류성 식도염이 조금 보이나 심각하진 않고, 대장에 용종을 하나 뗐는데 얘도 심각해보이진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걱정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수면 위대장내시경 후기, 그리고 피코솔루션의 후기를 남겨보았다. 처음 내시경검사를 해본 것인데, 역시 자주 할만한 검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큰 맘먹고 해야하겠구나 싶음.. 특히 대장. 별 일 없이 잘 있어준 내 위와 대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건강하렴 내 위, 대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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